골프대회 진행요원 체험해보니
"힘들다고 주저앉지 말고 갤러리에게 공손하게 응대하라!"
페어웨이를 가로지르질 않나 선수 뒤에서 전화하지를 않나…
수차례 주의 줘도 들은 척 만 척
"이제 카메라 내려주세요."

'조용히 하세요'라고 적힌 안내판을 머리 위로 올렸다. "땅~"소리와 함께 공이 총알처럼 날아갔다.

진행요원들이 세컨드 샷 지점으로 뛰기 시작했다.

"더 빨리 더 빨리! 앞뒤 간격 유지하고!"

"선수 먼저 보내야지. 갤러리 막아!"

진행요원 조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진행요원, 일명 '마샬(스포츠 행사의 진행 요원)'의 첫 번째 업무였다.

지난 1일 김해 정산골프장에서 열린 한일프로골프 국가대항전 '밀리언야드컵' 대회에서 사흘간 경기 진행요원을 체험했다.

"버디가 뭐죠?""홀인원이 제일 좋은 건가요?"

골프장 인근 대학교에서 단체로 온 아르바이트생들은 처음 골프를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 골프속성 과외가 시작됐다. 진행요원 팀장은 '마샬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으로 ▲선수가 경기를 하는데 절대 방해받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갤러리와 절대 싸우지 마라 ▲힘들다고 앉지 마라 ▲갤러리보다 앞서 걸어라 ▲항상 공손하게 인사하라고 가르쳤다.

'블랙리스트(주의 관찰이 필요한 손님)'로 분류된 갤러리를 대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출입이 제한된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지나갔고, 선수 뒤에서 전화 통화를 해 경기를 지연시켰다. 선수가 스윙자세를 취하는데도 카메라 셔터를 연방 눌러댔다. 심지어 "동영상 촬영은 경기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억지를 부리는 갤러리도 있었다. 20대 초반의 여자 아르바이트생 진행요원에게 "몇 살이니? 예쁘게 생겼네"라고 말을 건네는 '몰상식 갤러리'도 있었다.


 현장에서 진행을 담당했던 경호업체 ㈜엠세트의 강영식 이사는 "수차례 주의를 줘도 행동에 변화가 없을 때는 가슴이 답답할 정도"라고 했다. 지난 4월 유럽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카트 도로를 타고 구르는 공을 발로 막은 한국 갤러리의 행동은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돼 웃음거리가 됐다. 그 뒤 비판의 소리가 컸지만, 여전히 국내 골프 대회에서는 갤러리로 인한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신지애는 "갤러리가 어떤 행동을 취하든 선수가 자신의 플레이를 조절해야 하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엠세트 김성철 대표는 "갤러리의 환호와 협조가 있을 때 선수들도 최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며 "한국의 골프 실력에 걸맞은 갤러리 문화가 자리잡을 때가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 / 최원욱골프기자 /  2011.07.28 03:37